[기말고사]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사상 - 마키아벨리/군주론

2018. 6. 21. 23:30

5. 이번 학기 서양근대철학사 수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개념이나 사상을 하나 제시하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그 이유를 설명하라. (다른 답안에서 다룬 개념이나 사상과 겹치지 않도록 할 것)

 

아마 이번 학기 서양근대철학사 수업에서 가장 배경지식 없이 시작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나를 자신있게 추천할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였기 때문에 이 문제는 내게 가장 유리할지도, 가장 불리할지도 모른다. 가장 유리하다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모든 사상 하나하나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는 점이다. 반면 가장 불리하다면 모든 것이 새로워 가장 흥미로운 것을 하나고르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마키아벨리가 기억에 남는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칸트나 데카르트 혹은 흄처럼인간의 삶을 분석하고 탐구한 사람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철학자이기 보다는 정치사상가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듯 싶다. 그는 군주론으로 유명하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썼으나 빛을 보진 못했다 정도로만 알고있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며 군주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 내용 그리고 그 후의 상황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내가 군주론을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가치관과 비교하여 가장 납득이가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군주론은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과 비교하면 퍽 과격하다고 느껴진다. 고상하게 내 행위의 동기가 올바르고 보편적이라면 도덕적인거야!’ 하며 주장하는 칸트를 마키아벨리에 비교해보면 세상은 아름다워!’ 하며 구름 위를 떠다니는 몽상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주 내용 중 하나는 한번의 폭력으로 더 많은 폭력을 잠재울 수 있다면 군주는 폭력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만 행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을 통제하는 군주는 항상 부드럽고 이성적이어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폭력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폭력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군주가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동화처럼 아름답지않다. 내가 이번 학기 수업을 듣다 느낀점은 철학이라는 학문은 우리 삶을 너무 디테일하게 분석했기 때문에 실생활과 괴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흔히 널려있는 소금 결정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그 친근하던 흰색가루는 안보이고 이상한 돌조각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사용하는 소금은 하얀 알맹이들이다. 결정으로 이루어진 돌멩이들은 분명히 소금은 맞지만 내가 느끼고 만지는 소금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다른 철학자들의 모든 연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어떤 개념을 검색하고 계속 상위 링크를 타고 올라가면 철학에 대한 페이지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모든 학문의 근간은 철학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당장 공부하는 컴퓨터 언어도 인간의 삶을 투영해 만들었기에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본 따온 객체지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내가 어떻게 철학자들의 업적을 부정할 수 있는가. 하지만 굳이 누가 가장 현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상을 펼쳤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마키아벨리를 택할것이다.

 

그의 현실감 외에 높이사는 점은 인간적인 면모이다. 위선적이지 않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사상가와 비교하여 가장 인간적인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현대에 왜곡된 표현으로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국민의 안위와 행복, 국가에 대한 애정을 담아 만들어 낸 군주론이 단편적 해석되어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유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마키아벨리를 높게 평가하며 나의 친구라는 명칭까지도 붙일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녀의 책을 읽어 시오노는 마키아벨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의 의견과 비교해 보고 싶다.


작성 : 2018년 06월 20

시험 : 2018년 06월 21일 13시 30분

발행 : 2018년 06월 21일 23시


*본 포스트는 비전공생인 전산학도가 단지 시험준비를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오류가 있다면 달게 받습니다.